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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이면을 그리는 작가, 민준홍

글. 이정원 – HongLee 공동 설립자



도시 문명이 조성하는 화려함과 신속함은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지만, 우리는 빌딩 숲에 도사리고 있는 도시의 이면 또한 목격하게 된다. 서로 말 걸지 않는 이웃들, 길가에 버려진 폐기물, 땅에 흩어진 전단, 공사장의 콘크리트 잔해 등. 회색 건물들 사이로 매연처럼 뿜어져 나오는 냉기와 불안감이 도시의 시그니처를 이루고, 그런 것들에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사람들은 하늘의 구름과 날아다니는 새를 찾아 고개를 들곤 한다.



민준홍 작가는 도시에서 느끼는 만성적인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미술이란 표현 방식을 택했다. 서울 출신인 그의 작품 소재는 도시와 그 공간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인상이다. 그가 목격한 도시의 이미지는 직선으로 이루어진 도형들과 단조로이 반복되는 기하학 패턴의 집합이다.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그 풍경은 우릴 숨막히게 만들지만, 빼곡한 직선의 틈 사이 어딘가에는 공간의 무자비한 폭력성에 대항하는 도시인의 환영이 아른거리는 것 같다. 도망칠 곳이나 숨 쉴 구멍을 찾아 뛰어가는 듯한 사람의 환영은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작가의 자화상과 겹쳐 보인다. 그렇게 작가는 도시에 대한 파라고네(paragone)에 도전함으로써 도시를 극복한다.


공간 속 고립과 불안감을 표현한 그의 대표작 <Quarantine Diaries>(2020)는 작가가 베를린과 런던의 레지던스에서 활동하던 시기의 작업이다. 작가는 코로나 격리 중에 몰아닥친 압박감을 종이 위의 광기 어린 선과 반복되는 펜 선으로 전달한다. 회색 음영과 대비되는 강렬한 원색의 색감에서 작가가 마주한 고통과 절박함이 생생히 느껴진다.


민준홍 작가의 콜라주 시리즈인 <Study for a Plan that Should Not Be Realized>는 작가의 시선이 포착한 도시의 초상을 드로잉으로 표현한 작업이다. 자로 잰 것처럼 일제히 맞아떨어지는 선과 도형들이 보는 이들의 숨을 조르는 삭막한 도시의 파노라마를 대변한다.



<The Debris from the Future Past 01092019>(2020)는 작가가 직접 도시에서 주운 건축 현장의 잔해, 폐가구와 폐지 등으로 완성한 콜라주 설치 작업이다. 누군가에게서 버려진 물건을 수집한 작가는 마치 쓸모없는 오브제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듯 물건의


상실된 기능을 되살려내는 방법을 통해 공간을 재해석한다.


작가의 손을 거친 폐기물들은 그것들을 낳은 모체인 도시의 질감과 색감을 재현하는 요소로 탈바꿈되어 모종의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독특한 작업 방식을 통해 민준홍 작가는 도시의 모습과 도시 속 삶에 대한 작가만의 정의를 탐구하는 여정에 관객을 초대한다.


민준홍 작가의 작품들은 2023년 5월 18일부터 21일까지 뉴욕 맨해튼 첼시 인더스트리얼(Chelsea Industrial)에서 열리는 포커스 뉴욕(Focus New York)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국제적인 갤러리 및 작가를 소개하는 포커스 뉴욕 아트 페어는 펜데믹으로 고립된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활기찬 삶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아, 올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공존>이라는 주제 아래 개최된다.



기간 : 2023년 5월 18일~21일

장소 : Chelsea Industrial, 535-551 W 28th St, New York, NY 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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