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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관통하는 시대 정신으로 ‘일무’를 그리다

서울시무용단 정혜진 단장

글 맘앤아이 편집부

현재 K-ART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추세에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시무용단이 세계 예술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한국 무용의 현재를 선보일 예정이다. ‘일무(One Dance)’는 전통과 현대를 멋지게 결합한 작품으로, 궁중제례무의 일종인, ‘열을 맞추어 추는 춤'의 원형을 넘어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 지금, 여기, 생동하는 한국 무용의 정수를 보여준다. 뜨거운 7월, 뉴욕 링컨 센터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정혜진 단장이 이끄는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는 한국 무용의 현대성과 매력을 더 뜨겁게 전달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다. 전통의 역동적이로 눈부신 진화가 돋보일 ‘일무’에 대한 궁금증들을 정혜진 단장에게서 들어보았다.


Q. 단장님과 서울시무용단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19년부터 서울시무용단 단장을 맡고 있는 정혜진입니다. 서울시무용단은 동시대의 정신을 반영한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좌표로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동시에 시민들에게 문화 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우리 춤의 미학적 질감이 두드러지는 작품을 제작 유통하며 창작 활동을 하는 무용단입니다.

Q. 올 7월 뉴욕 링컨 센터 공연에 대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국제 공연계에서 뉴욕 링컨 센터에서의 공연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큽니다. 또한 이를 통해 ‘일무’라는 K-dance가 다방면의 예술가 및 관계자들의 주목과 공연 시장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리라 기대합니다.

Q. ‘일무’는 종묘나 문묘의 제향에서 추는 춤이라 알고 있는데요.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현대적인 해석이 가미되었는지 ‘일무'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일무'는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인류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에서 출발했습니다. 종묘제례악은 제례 의식에 사용되는 기악과 노래, 춤을 말하며, 그중 제례무를 일컬어 일무(One Dance)라 합니다. 여러 명이 줄을 지어서 추는 춤을 말합니다. 왕실의 정당성과 왕권 강화를 위한 종묘 제례에는 가.무.악(歌․舞․樂)이 집대성된 종묘 제례악이 있습니다. 500년이 넘는 역사 속에 살아 숨 쉬는 예악의 정신을, 현재에 맞게 느림에서 빠름으로, 절제에서 확장으로, 천지간의 질서와 조화를 추구하는 ‘일무’의 정신을 담아 표현했습니다. 즉, ‘일무'는 제례무를 모티브로 하여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Q. 국내 최고 창작진의 결합으로 주목받은, ‘일무’의 주요 창작진에 대한 소개와 함께 팀의 시너지는 어땠는지 듣고 싶습니다.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님하고는 처음 함께 했는데요. 대단한 안목을 가지신 분으로, ‘일무’의 미장센을 다 책임지시며 완벽하게 당신의 생각을 구현해 내셨어요. 보면서 감탄이 절로 났습니다. 현대 무용 안무가인 김성훈 안무가는 디테일한 움직임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고, 예술의 지향점이 비슷해서 작업을 계속 같이하는 관계입니다. 그는 아크람 칸 댄스 컴퍼니에서의 활동에서 다져진 다양한 내공을 한국적 움직임으로 구현하도록 하고, 그것들을 다시 포장하는 창작 작업을 합니다. 김재덕 안무가는 그만의 유니크한 움직임이 명사적이고, 무예의 권법적인 형태의 미학이 많이 보입니다. 특히 그는 안무가지만 이번 작품을 위해 음악도 만들었습니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듣는 순간 이 작품은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죠. 작곡가 김재덕으로서도 대단합니다. 일무의 전통적인 음악을 현대적으로 잘 풀어냈습니다. 창작진이 작품의 방향성이나 구성을 위해 충분히 소통함으로, 새로움을 찾아가는 희열을 공유하며, 그것들을 쌓았다 지우고 하는 반복의 연속으로 ‘일무’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Q. ‘일무’를 무대에 올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갖춰야 할 자세라 믿습니다. ‘일무’는100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때문에 ‘일무’의 500년 역사에 담긴 시대정신은 다음 세대에도 변치 않고 유유히 전승될 것입니다.


Q. 서울시무용단의 ‘일무’가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개성 강한 각 단원들의 성향이 칼군무로 합을 이루기까지, 수많은 연습과 자기 절제가 요구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모두 구도(진리나 종교적인 깨달음의 경지)의 자세로 연습해야 했습니다. 서로의 호흡과 습관까지도 존중해야 오와 열을 맞추는 ‘일무’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으니까요. 마침내 ‘일무’의 경지에 다다랐을 때 정서적 교감과 장면이 변화하는 순간들을 같이 느끼면서 동물적 감각으로 움직임이 전개되었습니다.

Q. ‘일무’의 공연을 즐기기 위해 관객들이 어떤 기대와 준비를 해야 할까요? 관전 포인트나 관객들이 느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작품의 전반적인 흐름은 1막 문무의 느림에서부터 4막 신일무의 빨라지는 흐름으로 구성됩니다. 외형적으로는 무대 미쟝센과의 조화 속에 구도가 빠르게 변하면서 형태를 갖춘 웅장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출연자들의 눈동자를 보면 ‘일무’의 사상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고요한 정적에서 시작된 춤은 어느새 숨 쉴 수 없는 속도감으로 전율을 전달해 줄 것입니다. ‘일무’가 가진 정신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일무’에서 주어지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자세와 태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Q. 전 세계 사람들이 뉴욕을 찾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뉴욕의 여름을 즐기기 위하여 찾아온 관객이 많을 거라 기대되는데요. 그런 관객들과 만나는 이번 뉴욕 공연에 서울시무용단이 ‘일무’를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적인 색채가 강하며, 유구한 역사와 정통성의 기반 위에서 펼쳐지는 ‘일무’는, 500년 후에도 이어질,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 깃든 사상입니다. 이 사상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나를 낮추는 자세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코로나와 같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서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처럼 국제 사회가 가져야 하는 본질은 동서양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일무’가 담아내고 있는 ‘질서와 조화‘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Q. 일무만의 특색과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세계적인 문화로서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일무’에서 보이는 한국 춤의 호흡 강약에서 대비되는 감정 표현의 무게감은 여느 컨템포러리 댄스와는 확연히 다른 미적 질감을 느끼게 할 것입니다. 정적인 육중함, 현란한 칼군무가 정중동(靜中動)의 호흡으로 우러나는 폭발력은, 외형적 색채감, 간결한 화법의 일반적인 무대 미술을 뛰어넘는, 독보적인 한국의 미학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Q. ‘일무’와 같은 한국 전통 무용의 무대화를 계획하고 계신지,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본래 ‘일무’의 스케일은 8일무의 규모를 가져야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구현해 내지 못하고, 규모를 줄여서 표현하게 된 부분이 무척 아쉽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전통문화를 올곧이 전승하고, 보존을 넘어 보전하는 예술로의 진화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통 + 창작 + 컨템포러리의 구조 위에서 제2, 제3의 ‘일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창작의 여정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새로움을 시도하는 내일은 늘 나를 설레게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인 동포 여러분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후진국, 주변국이었던 한국이 K-pop, K-culture, K-food 등으로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국인인 게 자랑스럽고 당당한 21세기입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건승하실 수 있도록 ‘일무’가 동포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또한 오는 7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링컨 센터의 무용 전문 공연장인 데이비드 H. 코크 시어터에서 ‘일무(One Dance)’가 공연됩니다. 동포 여러분도 직접 자리하셔서 세계 속의 ‘일무’를 응원해 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정혜진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및 동대학원 졸업

성균관대학교 박사 학위 취득

현) 서울시무용단 단장

현) 현대춤협회 부회장

현) 최현우리춤원 회장

전) 서울예술단 예술감독

전) 예원학교 무용부장


주요 안무작

<일무>, <감괘>, <웨딩보감>, <허행초>, <놋: NOT>, <궁: 장녹수전>, <이른봄 늦은겨울>, <소서노>, <아가: 2010 메밀꽃 필무렵>, <태허>, <달>, <가문>, <도라지꽃>, <Memento: 접혀진 날개>, <당신은 누구시길래>, <배따라기>, <하늘냄새>, <눈꽃>, <무애>, <춘설>, <돌의 거울>, <솟대>, <지워지는 꽃>, <열일곱 노란한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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