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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넛과 함께 하는 뉴욕의 여름밤 좋지 아니한가

인터뷰/글 황은미 변호사

노래방에서 1분이 남았을 때, 마지막 곡을 고르기는 매우 까다롭고 중요하다. 달구어진 흥을 깨뜨려선 안 됨과 동시에 마무리 느낌도 만끽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를 향해 울분이 많았던 선배들은 들국화의 ‘행진’을 불렀다. 너도나도 목청껏 “행진, 행진, 하는거야"를 질러대며 슬픈 항거를 하는 듯 했다. 그렇게 하나가 되어 “앞으로 앞으로~”를 읊조리듯 부르며 노래방 문을 열고 자연스러운 퇴장을 한다. 이렇게 마무리가 되니 꽤 괜찮은 선곡이지 않은가. 갓 전역한 복학 선배들의 감수성은 예민했고 시간 약속은 철저했다. 그들의 노래방 마지막 곡은 주로 공일오비의 ‘이젠 안녕’이었다. 신나게 놀다가도 마지막 1분이 남으면 차분히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라며 후배를 알뜰히 챙기고 테이블을 각 맞춰 정리한다.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노래방을 나선다. 아직 군댓물이 덜 빠진 복학 선배들에게 어울리는 칼 마무리였다(여기까지 읽고 무슨 이야기인지 상상이 안 된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젊은이’입니다).


세기말 학번으로 불린 우리(98, 99학번들)의 선곡은 단연 크라잉넛의 ‘말달리자’였다.

사회적 울분과 제도적 강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우리들은 마음대로 춤추고 소리 지르고 뛰었다. “우리는 달려야 해, 바보놈이 될 순 없어, 마알알알다알알알리리리리즈자…”를 열창하며 모두 제자리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끌어올린다. 빨라지는 드럼 비트에 온몸을 맡기며 드디어 다 함께 외친다. “말달리자, 말달리자, 말달리자, 말달리자, 말달리자.” 멜로디도, 리듬도, 가사의 의미도 모두 사라진 채 혼신의 힘을 다해 “말달리자”를 외치다 보면 빨래통에 아무렇게 벗어 던져진, 짝 잃은 양말처럼, 모두 눅눅하게 구겨진 채 소파에 주저앉게 된다. 헤벌쭉 웃으면서… 우리의 노래방 마지막 ONE PICK 크라잉넛! 그들이 뉴욕에 온다. 2023년 7월 19일 뉴욕의 여름밤, ‘말달리자’가 울려 퍼질 것이다. 자, 리듬을 탈 준비를 하자. 함께 목 터져라 외쳐보자. “말달리자, 말 달리자, 말달리자, 말달리자.”

크라잉넛이 말한다. “어이 거기 숨어 있는 친구 이리 나오라고~~ 우리는 친구!!!”


안녕하세요 크라잉넛입니다! 경록: 베이스를 치고 있는 한경록입니다. Captain Rock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링컨 센터에서 주최하는 Korean Arts Week 프로젝트의 첫날 밤을 크라잉넛이 열어드리러 갑니다. 맘앤아이 독자분들과 멋진 뉴요커들을 모두 만날 기회를 얻게 되어 무척 감격스럽고 정말 기쁩니다. 크라잉넛,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드릴 테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저희 음악은 처음 들어도 함께 소리치고 뛰며 즐길 수 있습니다. 편한 몸과 마음으로 오세요. Rock’n roll~! 윤식: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박윤식입니다. 별명은 박윤식이라…식=Sick boy maybe?(웃음) 전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 강국 대한민국!,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미국에서 당당한 한국인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맘앤아이와 한인 동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희도 음악으로 열심히 응원하고, K-컬쳐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7월 19일 함께 뛰어놀아요. 그리고 저희 신곡 “야근”이 최근에 나왔습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 상면: 기타에 이상면, 상면 Lee입니다. 한국의 위상을 높여 주신 많은 한인분께 감사드립니다. 크라잉넛의 공연으로 한국의 Rock’n Roll의 위상을 뉴욕, 뉴저지에서 떨치고 싶습니다. 더 많은 공연으로 뉴욕, 뉴저지에서 만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공연 오실 때는 운동화를 신고 무거운 짐 없이 가볍게 오세요. 함께 달려보자고요. 인수: 아코디언, 키보드, 그리도 다른 악기들도 연주하는 김인수입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건강해야 7월19일 뉴욕 공연을 실컷 즐길 수 있습니다. 많이 오셔서 건.강.하.게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상혁: 드럼에 이상혁입니다(수줍은 웃음). 맘앤아이 여러분 모두들 행복하세요. 진정한 Rock’n roll을 즐기려면 뛰어야 합니다. 뛰어놀기 쉬운 복장으로 맨해튼에서 크라잉넛과 함께 Rock’n roll을 외쳐 보아요.



함께 있을 때는 크라잉넛, 따로 있을 때는? 경록: 크라잉넛 활동 말고 개인적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한경록의 캡틴락 항해일지]라는 제목으로 한겨레에 1년 전부터 기고하고 있습니다. 음악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다양한 주제들로 자유롭게 쓰고 있어요. 언젠가 꼭 책을 내고 싶습니다. “캡틴락컴퍼니”라는 기획사도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개인 음악 작업도 하고 다른 공연 기획 일도 합니다. 윤식: 몽키갱워(Monkey Gang War)라는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건강하고 행복하게 Rock’n roll을 하고 싶어요.

상면: 팔이 부러져서 1년 넘게 기타를 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경록이가 쓰는 칼럼을 제가 먼저 읽고 삽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상면 화백이에요(웃음). 제 그림으로 개인 전시회를 여는 꿈이 생겼어요. 다양한 문화의 교류에 힘을 보태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인수: 상혁(드러머)과 함께 데디오레디오(Daddy O Radio)라는 아이리쉬 펑크 밴드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아코디언 중심의 음반을 내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만일 발매가 된다면 아코디언과 목소리만 나오는 최소한의 편성으로 연주해 보고 싶어요. [2023. 05. 18. 스포츠한국 ‘크라잉넛 김인수, 오만가지 덕후… 인용]. 또, 언젠가 기회가 되면 농사를 짓고 싶습니다.

상혁: 김인수와 데디오레디오 아이리쉬 펑크 밴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데디오레디오의 ‘데디오’는 ‘아재’, ‘삼촌’이란 뜻으로, ‘레디오’는 읽는 그대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데디오에 라디오를 붙이면 라임도 맞을 것 같아, 제가 짓자고 했어요(웃음). 밴드 활동 말고 해보고 싶은 건…맥주 양조장을 운영해 보고 싶습니다.


친구들끼리 모여 1993년 ‘크라잉넛’ 밴드를 결성하고 1995년 홍대 라이브 클럽 ‘드럭’에서 첫 공연을 시작한 대한민국 대표 펑크 록 밴드 크라잉넛. “인디 음악 사상 ‘말달리자’로 1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펑크라는 장르를 대한민국 대중에게 널리 알린 최초의 밴드로 평가받고 있다. ‘말달리자’, ‘서커스 매직 유랑단’, ‘밤이 깊었네’, ‘명동콜링’ 등 발매하는 앨범마다 히트곡을 냈으며 시대에 맞게 변화를 시도하면서 크라잉넛 특유의 본질을 잃지 않는 음악을 들려준다.”[2020. 09. 11 MBC 문화콘서트 난장 발췌]

지난 5월 홍대 합주실에서 만난 그들은 여. 전. 히 청춘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키득키득거렸고, 서로의 이야기에 호기심을 보였고, 사소한 것에 설레어 했다. 수줍게 무뚝뚝했으며, 순진한 듯

개구졌다. 말달리자를 처음 듣고 흐른 25년은 나만 지나온 듯했다.


“나”에게 크라잉넛이란?

경록: 하나의 우주!

윤식: 하나라도 빠지면 돌아가지 않는 시계 톱니바퀴!

상면: 내 삶의 구성요소!

인수: 더 이상 어떤 의미를 담을 수 없는 중요한 존재!

상혁: 언제나 돌아올 수 있는 고향 같은 곳!

“27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주최 쪽이 제작비를 아끼려 했는지 특수효과 기계 대신 쑥을 태워 연기를 내서 관객과 우리 모두 눈물바다가 되었던 지방 공연, 허술한 무대장치 때문에 무대가 부서지면서 멤버가 연주 도중 무대 아래로 사려졌던 공연…2002년 월드컵 때는 붉은 악마 백만 명과 함께했던 감동의 순간…힘든 순간도 많았다…코로나 시국에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도 시작했다… 크라잉넛도 역시 직업인지라 재미와 직업의 시소 타기를 잘하려고 노력한다. 음악이 너무 일처럼 느껴지지 않기를 바란다…그저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멤버들과 노래하며 연주하다 가끔 눈이 마주칠 때, 씩 웃으면 그것만으로 행복하다… 음악을 하는 순간 인생은 축제인 것 같다. 언제까지 크라잉넛 친구들과 로큰롤 바다에서 항행할 수 있을지 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우리는 내일이나 어제를 노래하지 않는다. 항상 지금을 연주하고 노래한다…”

[2022.10.02 한겨레/한경록의 캡틴락 항해일지—"인디밴드로 27년 동안 살아가기” 발췌]


여. 전. 히. 청춘 같았던 크라잉넛도 지난 27년이 녹록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 세월이 그들만 비켜 간 것처럼 여전히 마알간 얼굴로 웃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대중이 30여 년 동안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음악은 우리 모두가 겪어내고 있는 사랑, 이별, 만남, 부조리, 불합리, 불안, 체념 등 복잡하고 미묘하게 뒤섞인 엉망진창인 것을 웃. 기. 게. 신. 나. 게. 열. 심. 히. 소리쳐 주고 있다.


크라잉넛은 돈 없어도 패기 있게 닥치라고 소리칠 수 있는 청춘을 노래한다(1집 말달리자). 탁 치니 억 죽고 물 먹이니 얼싸 죽고 사람이 마분지로 보이는 한탄스러운 현실을 노래한다(3집 지독한 노래). 언제나 우리들은 영화였다며 예쁜(떠난) 그대에게 돌아오라고 지질한 순애보를 노래한다(5집 명동콜링). 술 마시고 또 마시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인생을 리모델링하고 싶지만 또 맨날 놀고 싶은 부조리한 너와 나를 노래한다(8집 리모델링). 그래도 바람에 흐를 세월 속에 우린 같이 있지 않냐고, 같이 있어서 좋지 않으냐고 내 마음대로 되는 세상을 노래한다(영화 OST 좋지 아니한가).


밴드로써 앞으로 꼭 하고 싶은 것은?

경록: 좋은 음악을 만들며, 롤링스톤즈처럼 오래오래 크고 작은 여러 무대에 서는 것!

윤식: K-인디밴드 크라잉넛을 널리 알려서 K-POP처럼 세계 곳곳에서 크라잉넛 공연을 보러 한국으로 오게 하는 것!

상면: 꾸준히 앨범 발표하고 활동하고 공연하는 것!

인수: 무병장수!

상혁: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

세월은 내가 다 맞아도 좋으니, 크라잉넛만은 천년만년 청춘이었으면 좋겠다. 내일도 낄낄거리며,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놀고 있음 좋겠다. 삼라만상에 꼬이고 또 꼬였던 돌아오지 않는 청춘의 여름날에, ‘꽃이여 피거라’ 주문을 외우며, 태평양 한복판에서 에라 모르겠다며 멋지게 다이빙을 했으면 좋겠다(3집 양귀비).


뉴욕에서 꼭 하고 싶은 것?

경록: 일상을 경험하고 싶어요. 맛있는 커피랑 수제 맥주도 먹어보고 싶어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앞에 파는 핫도그도 먹고 싶고요. 정말 맛있는 마티니도 한잔하고 싶네요. 미술관 관람도 꼭 해야죠.

윤식: 하고 싶은 것은 셀 수 없이 많아요. 구겐하임과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가 보고 싶어요. 타임스퀘어도 가고 싶고,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관람하면 좋겠죠? 뉴욕 양키스 경기도 봐야 하는데… 센트럴파크 산책도 하고 싶고, 윌리엄스버그, 브룩클린, 워싱턴 스퀘어 공원, 트라이베카, 소호, 리틀 이탈리아, 차이나 타운…다 가고 싶어요. 그치만, 일정이 짧아서 너무 아쉬워요.

상면: 대학가를 구경하고 싶어요. NYU 캠퍼스가 맨해튼 곳곳에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곳곳에 캠퍼스를 찾아다니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미술관 관람도 하고 싶고, 미술 작가들 작업실도 가보고 싶어요. 악기 상점 방문도 해보고 싶습니다.

인수: 클로스터 뮤지엄을 가보고 싶어요. 할렘도 지나가 보고 싶고요. 링컨 센터의 배경이 되었던 히스패닉 문화도 느껴보고 싶어요.

상혁: 일단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니,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습니다. 수제 맥주 바에 가서 피자 한 조각이랑 맥주를 먹는 것!


2023년 7월 19일, 크라잉넛의 음악이 뉴욕의 밤을 가득 채울 것이다. 좋지 아니한가(영화 OST). ‘가련다 그곳으로 그곳으로’(6집 가련다). 노래방 마지막 1분이 아쉬워 부르는 노래가 아니다. 뉴욕 링컨 센터 Damrosch Park의 열린 공간에서 함께 소리치고 춤추는 열광적인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나는 편한 옷도 입었고, 운동화도 신었다. 우리 모두 크라잉넛과 함께 링컨센터에서 목 터져라 ‘말달리자’를 불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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