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Windy Le 에디터

내 친구의, 내 연인의, 내 가족의, 내 동료의 일상을 현실에서보다 더 자주, 더 가까이서 이미지로 지켜보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일상을 기록하고, 어쩌면 과장 혹은 극대화한 이미지의 홍수 속에 무심히 발 딛고 있다 사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건 포토 저널리스트들이 찍은 몇 장의 사진을 접한 때부터였다. 저명한 문화 비평가 마샬 매클루언은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파급력이 가속화되는 말을 남겼다. 그는 미디어를 인간 감각 기관의 확장으로 보고, 매체 그 자체로 수용자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고 보았다. 이를 사진에 대입해 보면, 사진 탄생 이전과 이후에, 같은 내용을 두고도 사람들의 보는 방식이 바뀌었다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시대에 사진의 본질을 살피는데 단서가 되는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손안에 사진기를 매일의 일상에 들여놓는 우리의 사진은 어떻게 읽히고, 우린 또 새로운 무엇을 담을 수 있을까? 이런 화두에 어쩌면 답을 줄 수도 있는 곳이 있어 길을 나서 보았다.

포토그래퍼이자 큐레이터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토 저널리스트로 구성된 매그넘 포토스의 회원인 코넬 카파는, 1974년 뉴욕에 국제 사진 센터(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일명 ICP를 설립했다. 그의 이런 행보에는 전 세계로 전장을 누비며 종군 사진 기자로 활약했던 그의 형 로버트 카파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ICP에는 로버트 카파와 더불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데이비드 시무어, 조지 로저 등 세계적인 포토 저널리스트들이 본인들의 작품과 보도의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해 설립한 매그넘 포토스의 기치와 이념도 짙게 배어있다.

사실 뉴욕에는 매력적인 사진 갤러리들이 많은 편이다. 다양한 인종들의 각기 다른 시선들로 이 도시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뉴욕 갤러리에 사진들은 참신하고 매력적이다. 그중에서도 ICP는 세상을 향한 작가의 주의 깊은 시선이 담긴 사진들이 무척이나 파워풀하기에 새로운 전시가 열릴 때마다 관심이 가는 곳이다. 20세기 미국 및 유럽의 다큐 사진으로 명성을 얻은 ICP는 개관 이래 500회 이상의 전시를 통해 3천여 명 이상의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여왔다. 또한 지속해서 보도 사진의 영역을 넓혀 세계적 패션지 Haper’s Bazaar에 실린 사진들을 통해 시대의 스타일들을 아우르기도 했고, 허리케인 샌디를 시시각각으로 담은 사진들을 전시하기도 했으며,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장례 열차를 보내는 시민들의 시선이 담긴 전시를 열기도 했다. 최근에는 스트릿 포토로 유명한 윌리엄 클레인을 통해 시대상을 보여주는 강렬한 전시로 주목받았다.

사진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자면, 예나 지금이나 사진은 무척 매력적이다. 눈에 담긴 순간을 기록하게 하고, 그리는 재능을 얻지 못한 범인에게도 세상을 담을 기회를 부여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프랑스 시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는 “사진은 산업에 의한 생산물이므로 예술적 자리를 넘보지 말아야 한다. 사진은 모든 재능 없는 화가들의 피난처에 불과하다”며 혹평했고, 당시 이에 동조하는 예술가와 비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사진의 탄생으로 현실 세계 및 대상을 화폭에 ‘재현’ 혹은 ‘묘사’하던 예술의 오랜 정의와 기능은 오히려 자유를 얻게 되었다?! 실제로 화가의 주관과 감정으로 머릿속에서 재구성한 대상과 세계를 그리는 ‘표현’의 발견은 회화만의 예술적 영역을 개척하며 현실 세계와 대상, 그리고 보는 이의 진정성을 더욱 부각시키며 현대 미술의 물꼬를 텄다. 이처럼 사진도 찍는 이의 주관적 시선과 독창적 감성이 잘 표현하면서 예술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신문에 등장한 사진은 대중의 보는 눈을 넓히고 세계를 축소시켰다. 사진이 시각적 매스 미디어를 출연시키며 사회적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예술의 한 축이자 사회 비판적 도구로 자리잡은 사진의 매력을 극명히 느낄 수 있는 두 개의 상반된 전시가 내년 1월 9일까지 ICP에서 열려 추천한다. 12명의 매그넘 소속 여성 작가들의 새로운 시선으로 우리 시대와 인물을 담은 <Close Enough>전과 스페인 내전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본 <Death in the Making>이 그것이다. 사회와 세상에 대해 피해왔던 시선이나 거리를 두었던 대상도 조금은 두려움 없이 마주하며 사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의 사진에도 나만의 시선과 생각이 표현되어 있을까 하는 멋진 고민을 얻게 되는 시공간이 될 것이다.

로버트 카파는 말했다.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당신 혹은 누군가가 당신의 사진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면 분명 피사체에, 그리고 본인의 마음에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심히 들려진 렌즈 속에 나의 욕망 보다 나의 진정성이, 나의 행복 보다 우리의 행복이, 또한 타인의 불행이 무시되지 않는 올바른 시선이 함께 담기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게 쌓아 올린 세상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과 의미가 있는 우리들의 진짜 세상일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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